티스토리 뷰

흙은 생명 순환의 출발

혹시 비 오는 날 창밖을 보며 엄마에게 비는 왜 오는 것인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소리하지말고 공부나 하라는 말을 들었을 말입니다. 누군가는 땅에 있던 물이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땅으로 내려오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더럽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가 그랬으니까요.

 

어린시절에는 참 궁금하게 많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의문 투성이였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면서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엔 해가 지고, 밤하늘엔 달과 별이 보이고, 맑은 날의 하늘은 푸르고, 흐린 날은 회색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계절에 따라 싹이 나고 꽃이 피고, 그리고 열매와 씨앗이 맺는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먹고 있는 먹을거리는 어떻게 흙에서 자랄까요. 답을 찾기 위해 논과 밭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겨우내 머물던 판 기운이 조금은 물러간 이른 봄의 들판, 아직은 코끝이 시리지만 내리쬐는 햇볕은 유난히 반짝이며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초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빈 논과 밭에 농부들의 모습이 하나둘 나타납니다. 한 농부가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낮춰 지난해 심어 놓은 밀과 보리의 싹을 살피고 있습니다. 뿌리에 바람이 들까 걱정하면서 흙을 밟아 줍니다. 그러곤 그 옆에 볏짚을 이불 삼은 마능밭고 살핍니다. 살짝 들춰 보니 뾰족하게 싹을 틔운 마늘이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는 숲길에서 겨우내 땅에 딱 달아붙어 있던 냉이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양지바른 곳이라면 하얀 솜털이 난 어린 쑥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죽은 것처럼 보이던 산과 들에 푸른 생명의 싹이 올라오는 것을 농부는 누구보다 먼저 알아챕니다. 자연의 변화에 맞춰 시를 뿌리고 거두는 일은 이 땅의 농부들이 수천 년 동안 해 왔던 일입니다. 그러면서 농부들은 자연의 흐름과 그 안에 깃들어 사는 생명을 이해하는 지혜를 얻게 됩니다. 매년 농부들은 때를 맞춰 씨를 뿌립니다. 부모님 따라서 밭에가 보았더나 유치원이나 학교 등에서 텃밭 농사를 해본 친구는 압니다. 막 나온 떡잎을 보았을 때 느낌을 아시나요? 흙을 해치고 나온 초록 잎은 볼 수록 신기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줄 ㅇ라았던 흙 속에서 곱고 여린 잎은 어떻게 싹을 틔웠을까요. 학교의 운동장 흙에서는 풀 한 포기 나지 않는가 하며, 길가의 콘크리트 갈라진 좁으 틈에서는 꽃까지 피우며 자라는 식물을 보면 그런 의문이 들게 됩니다. 흙은 농사의 토대이자 생명 순환의 출발점입니다. 이 흙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 질까요? 흙은 암석, 즉 돌이 오랜 시간 동안 충화작용에 의해 깨지고 부서져 생긴 작은 입자입니다. 그런데 입자가 작다고 해서 모두 생명을 키울 수 있는 흙은 아닙니다. 그런데 입자가 작다고 해서 모두 생명을 키울 수 있는 흙은 아니다. 물론 입자가 작을수록 입자 표면에 더 많은 물과 양분을 붙잡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생명이 없는 무기물 상태다. 그러나 입자들의 틈에 한 점의 유기물이 깃드는 순간 흙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유기물들은 흙 속으로 세균, 곰팡이 등의 미생물들을 불러들인다. 이 유기물과 미생물들은 작은 벌레나 지얼리 등 다른 생명을 불러들이고, 땅강아지와 두더지 등고 살게한다. 이러한 다양한 생물들은 흙 속의 유기물을 먹고 배설하며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흙 입자들을 적당히 뭉치게도 하고 흩어지게도 하여 생명이 살기에 좋은 구조로 만들어 준다. 자신은 물론 식물이 자라기에 적당한 물과 적당한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크기의 흙 입자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식물은 흙 속의 무기 양분을 뿌리로 흡수하여 자라게 된다. 흙에서 식물이 잘 자라면 그 식물의 뿌리 근처에 또 수많은 미생물들이 모이면서 흙 속 먹이그물은 더욱 풍성해진다. 우리가 땅 위에서 보는 먹이그물이 땅 속에도 존재한다. 땅위 먹이그물의 시작은 녹색식물이다. 그리고 그 녹색식물을 잘 키워 내는 것은 바로 흙과 흙 속의 작은 생명들이다. 먹이그물이 촘촘할수록 땅 위의 생명도 땅 속의 생명도 안저나게 순환하며 살아간다. 그 생명에는 사람도 포함된다. 이러한 생명 순환의 이치를 아는 사람이 바로 농부다. 숲이나 밭의 흙과 ㅅ기물이 자라지 않는 흙은 큰 차이가 있다. 겉으로 봐도 알 수 있다. 우선 그 색깔이 다르다. 식물이 잘 자라는 흙은 유기물이 많아 검은색에 가깝지만 유기물이 없는 흙은 맑은 갈색이 많다. 물론 어떤 암석이 부서져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흙의 색이 다르긴 하다. 만져 봐도 느낌이 다르다. 숲과 밭의 흙은 보슬보슬하면서도 촉촉한 습기가 있는데, 식물이 자라지 않는 흙은 손안에서 부스러질 정도로 건조하거나 딱딱하다. 운동장이나 길처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의 흙은 단단하게 다져져서 식물이 자랄 수 없다. 흙 속에서 물과 공기가 순환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흙을 토대로 생명이 살려면 흙에 물과 공기, 유기물이 순환해야 한다. 숲은 누군가 돌보지 않아도 크고 작은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갈 것입니다. 아름드리 나무를 키워내기도 한다. 낙엽이 두텁게 쌓인 숲의 흙은 검은색이고 폭신폭신할 정도로 유기물이 많ㅎ다. 그럼 농사를 짓는 흙은 논과 밭에서 자란 식물은 숲과 달리 땅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수확한 작물은 시장으로 팔려 나간다. 그러다 보니 순환의 꼬리가 끊긴다. 다시 흙으로 돌아가야 할 유기무링 사라지면서 양분이 떨어진다. 그래서 작물을 키울 수 없는 흙의 힘이 약해지면 나중에는 농사를 지을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휴정이라고 해서, 1~2년 정도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대신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섰다. 특히 과거 유럽에서 이런 일이 많았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농사를 지어 온 우리나라는 그런 일이 드물다. 해마다 놀리는 땅없이 자투리땅까지 꼼꼼하게 작물을 길러 먹었다. 우리나라 농부들은 대대손손 같은 땅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다. 자연 생태라면 땅심이 떨어져 불가능했을 텐데 부족한 유기물을 인위적으로 보충해주는 것이다. 농사를 짓고 수확한 후 남은 줄기나 열매, 뿌리로 퇴비를 만들어 흙에 뿌린다. 주변의 풀과 낙엽, 음식을 만들어 먹고 남은 것들, 동물이나 사람의 똥과 오줌까지도 모두 흙으로 되돌려 보냈다. 숲속의 동물들이 그 안에서 살고, 먹고, 배설하고 죽어 흙 속으로 돌아가 다시 식물을 키워 내면서 풍성한 숲을 유지하듯이, 농사짓는 땅도 순환을 계속하게 도와준 것입니다. 이 땅의 농부들이 수처년 동안 해 온 것이 바로 흙으로 유기물을 돌려보내 작물을 키워 내는 순환의 농사법이었다.

 

한번 생명이 자리 잡은 땅은 계속해서 생명이 번성하게 된다.

흙 속에 온갖 미생물과 지렁이, 작은 곤충 같은 생명들이 모여든다.

그 위에서 자란 식물이 썩으면서 스스로 거름이 되고

이것이 다시 새로운 꽃과 나무를 키운다.

생명 순환의 과학적인 원리

생명의 순환을 과학적 원리로 한번 살펴 보면 탄소와 질소는 유기체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두 가지 요소이다. 간단히 말하면 탄소는 힘을 내는 에너지원이고, 질소는 살이되는 영양원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는 광합성은 녹색 식물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와 물을 유기물과 산소로 변환시키는 작용이다. 탄소를 에너지원으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소는 어떻게 영양원으로 바꿀까. 질소는 공기 중에 흔한 원소지만 바로 쓸 수 없다. 뿌리혹박테리아 등 미생물이 질소를 물에 녹이는 화합물 형태로 만들면 뿌리가 이를 흡수하여 작물의 몸체 안에 아미노산의 형태로 흡수되게 된다. 뭐. 과자봉지를 채우는 질소는 바로 식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스스로 에너지와 영양원을 만들어 살아가는 생물을 독립 영양 생물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다른 생물의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생물이다. 녹색 식물이 대표적이다. 한 편 지구에는 다른 생물을 먹어야만 사는 생물이 있다. 스스로 에너지와 영양을 만들지 못하니 그걸 외부에서 얻어야 한다. 이를 종속 영양 생물이라고 한다. 인간을 비롯한 거의 모든 동물이 여기에 속한다. 강아지 고양이, 모기, 등등 모두 종속 영양 생물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은 탄소를 함유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숨을 쉴 때 들이마신 산소와 만나 이산화탕소가 되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마치 연료가 산소와 결함해 탄면서 열을 내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 생명체가 생명을 다하면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분해 과정을 통해서 이산화탄소로 배충된다. 결국 동물이든 식물이든 땅속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고, 이 물질은 다른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료가 된다. 이러한 자연 순환 과정에서는 탄소가 어떤 형태로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전 지구적으로 보았을 때 이산화탄소의 흡수량과 배출량이 거의 같아 총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데, 이를 탄소 평형이라고 한다. 현재 지구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0.03퍼센트의 비율로 존재한다. 지구 생성 과정에서 화산은 이산화탄소를 대량 방출하였고 많은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아들어가 탄산염을 만든다. 식물은 광합성 작용으로 이산화탄소를 붙잡고, 미생물이 생물 유체를 분해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식물 플랑크톤과 산호 유체가 탄소 성분을 껴안은 채 해저로 퇴적되는 등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이 지구의 탄소의 순환과 평형에 관여해 왔다. 특히 지금보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았던 고생대 시절에는 동식물들이 화석화되면서 석유나 석탄의 형태로 지각 안에 탄소를 붙잡아 두었는데 이는 지구의 탄소 평형 유지에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평형 상태가 산업화로 말미암아 깨지기 시작한다.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 혁명 이후, 무분별하게 사용된 화석 연료 떄문이다. 석탄과 석유 사용의 급증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 것이다. 거기에다 숲은 갈수록 줄어드니 이산화탄소를 줄일 방법이 없는 것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태양열을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해서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된다. 현재 지구는 갈수록 더워지면서 바닥물로 따뜻해지고 극지의 얼음들이 녹는 바람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화석 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탄소 순환의 흐름에 이상이 생기면 지구 생태계에 어떤 여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주요 원소인 질소를 보면 질소는 식물의 광합성에 관여하는 엽록소와 생명체의 필수 성분인 단백질을 구성하는 요소다. 이 질소는 지구 상에서 어떻게 순환하고 있을까. 질소는 아주 흔하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의 78퍼센트가 바로 기체 상태의 질소다. 그런데 이 기체 상태의 질소는 곧바로 영양분으로 사용할 수 없다. 분자가 아주 단단하고 안정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번개가 치는 정도의 에너지가 있어야 분해되어 빗물에 섞여 지상으로 내려올 정도다. 몇몇 박테리아만이 질소 분자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흙 속에 사는데 그중 농사와 사장 관련이 있는 게 뿌리혹박테리아이다. 뿌리혹박테리아는 공기 중 질소를 분해해서 식물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대신 식물이 만든 당분을 공급받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뿌리혹박테리아는 특히 콩 같은 작물의 뿌리에 많이 서식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새로 밭을 일구면 첫 작물로 콩을 심어 땅을 기름지게한다. 여러 해 농사를 지어 땅심이 약해지면 이때도 콩을 심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뿌리혹박테리아를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경험을 통해 농사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20세기 초에 대기 중의 질소를 곧장 농사에 활용하는 방법이 개발됩니다. 질소와 수소를 고온 고압으로 반응시켜 질소 비료의 원료가 되는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이제 미생물의 도움 없이는 작물에 대량으로 질소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질소는 생명체의 몸집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질소 비료를 뿌린 작물들이 쑥쑥 자라면서 식량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 질소 비료가 가지는 문제점이 속속 드러난다. 우선 생태계 측면에서 볼 때 이 비료는 땅속 미생물을 굶주리게 한다. 공장에서 생산된 질소 비료는 무기물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농사법에서 똥오줌이나 식물을 잘 삭힌 유지물을 퇴비를 밭에 넣었다. 이걸 먹고 미생물들이 활동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 또 흙 자체를 굳게 만들어서 땅속 생물들이 살기 어렵게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사짓는 땅이 점점 생명력을 잃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질소 비료는 땅 속에서 쉽게 분리되어 물에 잘 씻겨 내려간다. 그러면 주변 물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표적으로 물속의 영양분이 많아지면서 급격하게 조류가 자라나는 부영양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간혹 뉴스에서 강물이 초록색으로 변해 버린 장면이 나오면 부영양화로 녹조가 비정상적으로 번식한 결과다. 이로 인해 물속 산소가 줄어들면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산업적 농사에서 벗어나 생명을 살리는 지속 가능한 도시 농업을 말해본 시간이었다. 방법은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다. 도시에서도 자투리 텃밭을 이용하여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농약도, 화학비료도 비닐도 필요하지 않다.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작물이라도 심어서 거둔다면 대량 샌산된 외국의 먹을거리를 수입하는 양이 훨씬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땅에서 자라는 작물의 건강함을 깨닳아 국산 농산물을 더 많이 소비하지 않을까. 이 밖에도 도시 농업에는 아주 많은 장점이 있다. 이 글에 담긴 내용을 통해 그동안 잃어버린 농사의 가치를 새롭게 이해하는 한편, 지혜로운 농부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제 블로그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원하시는 정보 마음껏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도 좀 더 영양가있는 정보로 찾아뵙겠습니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